
‘이렇게 하면 고객이 좋아하겠지.’
여러분은 이 가설에 얼마나 확신하시나요? 또 그 확신을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 있나요.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개선할 때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 바로 공급자의 시선으로 시장을 짐작하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금융 거래의 중심 금융결제원이 리멤버 리서치를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몇 년 사이 민간 인증서의 대거 등장으로 인증 경험에 대한 기대 수준이 훌쩍 높아진 상황. 금융결제원은 이 변화를 계기로 대표 서비스인 ‘금융인증서’의 사용성을 다시 점검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개선 방향을 정하진 않았습니다. 철저히 고객 분석부터 시작했죠. 정량 조사로 시장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두 차례의 *FGD(표적 집단토론)를 통해 유저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확인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리서치로 확인한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서비스에 반영한 뒤 브랜드 정체성은 한층 선명해졌고, 일부 기능에서는 경쟁 서비스보다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습니다. 치열한 인증서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을 이끌어낸 금융결제원의 리서치 비결, 그 비하인드를 자세히 들어보았습니다.
*FGD(Focus Group Discussion, 표적 집단토론): 조사 목적에 맞는 소수의 인원을 모아놓고,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정성 조사 방식 |
✍️ 리서치 하이라이트
‘화면에 글자가 너무 많다’, ‘금융인증서가 금결원의 서비스인지 잘 몰랐다’
리서치로 확인한 고객 데이터에서 개선점을 찾은 금융결제원. 서비스에 반영해 검증한 결과, 평가 항목 전반에서 호평을 얻었고, 종합 UI 만족도는 민간 인증서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직장인 패널과 조사의 연속성
이들이 꼽은 리멤버 리서치의 강점입니다. 주요 소비자인 직장인 대 정량 조사부터 FGD까지 한 번에 이어가며, 리서치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01. ‘공급자의 짐작’을 버리고 ‘진짜 고객의 언어’를 찾아 나선 금융결제원

금융결제원 금융인증센터 이상욱 과장 ⓒ 리멤버
Q. 금융결제원, 은행 앱에서 봤던 이름이라 익숙하면서도 낯섭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금융결제원은 국가핵심기반 중 하나인 금융공동망을 구축·운영하는 기관입니다. 은행 간 자금이체, 정보중계, 어음교환, 금융인증 등 우리나라 금융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금융 산업을 뒷받침하죠.
그중 제가 속한 금융인증센터는 국민이 안심하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인증 체계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조직입니다. 최근에는 AI 에이전트 인증, 생체인증, 모바일 신분증,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신원 증명 등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인증 수단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Q. 그래서 이번 리서치 주제도 '금융인증서’였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조사하고 싶으셨나요?
*금융인증서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조금 더 특별합니다. 송금이나 오픈뱅킹처럼 은행이나 핀테크 앱을 통해 금융결제원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금융인증서는 인증 과정에서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인증 화면을 고객이 직접 보고 이용하거든요.
이런 직접적인 고객 접점에 더해, 전자서명법 개정 이후 다양한 인증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고객의 선택지도 넓어졌어요. 그만큼 고객이 무엇을 편리하게 느끼고 어디서 불편을 겪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중요해졌죠. ==서비스를 만드는 건 저희지만, 실제로 쓰고 선택하는 건 결국 고객이니까요.==
*금융인증서: 금융결제원 클라우드에 인증서를 보관하는 인증 서비스로, PC와 모바일 등 어떤 환경에서도 별도의 앱이나 프로그램 설치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
Q. 이전에도 리서치를 진행한 적이 있으신가요?
인증서 관련 유저 리서치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금융인증서를 담당하게 된 2024년부터 줄곧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고객과 접점이 긴밀한 서비스인 만큼, 소비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싶었거든요.
다만,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리서치의 목적과 활용 방안, 설계 방향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한편으론 ‘이미 다 아는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었고요.
하지만 결과가 예상 범주 안에 있더라도,
짐작하는 것과 ‘고객의 실제 언어’로 확인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행히 내부에서도 유저 리서치의 필요성에 뜻을 모아주셔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리멤버와 함께한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 전자서명 이용 실태 조사 ⓒ 리멤버
Q. 정량 조사와 FGD 두 가지 방식을 모두 택하셨어요.
정량 조사만으로는 이용자의 행동 맥락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금융인증서는 은행이나 공공 사이트에서 인증이 필요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쓰다 보니, 고객이 이용 과정을 깊이 인식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마치 숨 쉬는 걸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래서 실제 이용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며 고객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듣기 위해 FGD를 병행했습니다.
Q. 그 목표에 리멤버 리서치가 부합했던 이유는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리서치 파트너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이죠. 금융인증서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폭넓은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한데요. 그런 점에서 리멤버가 적합했어요. ==명함을 기반으로 신원까지 검증돼== 응답 품질도 만족스러웠고요.

둘째는 ‘조사의 연속성’입니다. ==정량 조사에 참여했던 응답자를 FGD까지 연결==할 수 있어 조사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심한 가이드’가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리서치 타깃 정의부터 조사 설계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전 과정을 꼼꼼하게 리드==해 주셔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02. 우리가 알고 있던 고객과 실제 사용자는 달랐다
Q. 정량 조사 설계 당시 특히 궁금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인증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모든 게 궁금했어요. 어떤 고객이 금융인증서를 쓰고, 여러 인증 수단 중 왜 우리 것을 선택하는지 알고 싶었죠. 또 금융결제원 서비스라는 점을 얼마나 인지하는지, 클라우드 기반 편의성을 어떻게 체감하는지, 저희가 놓친 불편이나 진입 장벽은 없는지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Q. 결과를 살펴보니 몇몇 눈에 띄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고객들은 다른 간편인증서도 많이 사용한다’, ‘서비스 설명 문구가 길다고 느낀다’
사실, 두 결과 모두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인증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고객들도 여러 서비스를 비교해 보며 이용할 테니까요. 안정성은 물론, 얼마나 쉽고 편리한지까지 꼼꼼히 따져보실 거고요.
저희가 가장 집중한 건 이겁니다.
막연한 추측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것.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고, 불편해하는지가 훨씬 명확해졌죠.
특히 두 차례의 FGD가 큰 도움이 됐어요. 2차 때는 1차에서 확인한 개선 사항을 바탕으로 개발·디자인팀과 함께 금융인증서 이용 화면의 UX·UI를 전면 개선해 다시 검증하기도 했고요.

리멤버와 금융결제원이 함께한 FGD 프로세스 ⓒ 리멤버
Q. 예를 들면요?
금융인증서를 금융결제원이 발급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민간 인증서와의 차이도 잘 구분하지 못했고요. 그래서 화면에 발급 기관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 자연스럽게 인식되도록 디자인을 개선했습니다.

금융인증서의 기존 화면과 정량 조사, 1차 FGD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된 화면 ⓒ 리멤버

금융인증서의 기존 화면과 정량 조사, 1차 FGD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된 화면 ⓒ 리멤버
Q. 인상 깊은 고객 반응이 있었나요?
어느 것도 고객이 당연히 이해하는 건 없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저장소’처럼 저희에게 익숙한 용어가 이용자에게는 직관적이지 않았어요. 연령대에 따라 금융인증서에 기대하는 가치도 달랐고요. 어떤 이용자는 편의성을, 다른 이용자는 보안에 대한 신뢰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죠. 이번 리서치를 통해 고객은 하나의 집단이 아닌, 저마다 다른 기대와 니즈를 가진 개별 존재라는 걸 깊게 실감했습니다.
03. 고객 데이터가 서비스를 바꾸고, 조직을 움직였다
Q. 피드백을 바탕으로 2차 FGD에서 개선된 버전을 다시 선보이셨어요. 결과는 어땠나요?
금융인증서, 친근하고 신뢰받는 서비스로 거듭나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평가 항목 전반에서 긍정 응답 비율이 크게 올랐어요.== 일부 UI는 민간 핀테크 서비스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고요. 금융인증서가 금융결제원의 서비스라는 인식도 한층 명확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2차 FGD에서도 피드백을 다시 받았어요. 충분히 개선했다고 생각한 부분에도 고객이 여전히 아쉽게 느끼는 디테일이 남아 있었죠. 덕분에 놓친 부분까지 마지막으로 보완해 완성도 높은 버전으로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Q. 초반엔 리서치에 대한 낯선 시선이 있었잖아요. 인식의 변화가 생겼을까요?
내부에 좋은 환기가 되었어요. 특히 개발팀과 디자인팀에서 이번 리서치를 의미 있게 봐주셨어요. 서비스를 만드는 핵심 주체이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이번 계기로 미처 몰랐던 사용자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요. 그리고 리서치 결과는 유관 부서에 모두 공유했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새롭게 이해해 보면서 리서치의 필요성과 가치를 깊이 공감해 주셨어요.
Q. 앞으로 또 리서치를 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실까요?
고객 조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고객의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 인증 시장의 변화에 따라 고객의 기대와 니즈가 어떻게 바뀌는지 꾸준히 확인하고 싶어요. 이번 리서치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생각이 시간이 지나 어떻게 달라질지도 궁금하네요.
